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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동화 : 파랑이의 바다

숑숑파 2024.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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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마을 작고 푸른 바다에 파랑이가 살고 있어요. 파랑이는 바위섬 옆에서 수줍게 일렁이다 까만 밤이 오면 스르르 잠이 드는 어린 파도랍니다.
파랑이는 늘 생각합니다. ‘나는 어디서 왔을까, 누가 나를 이렇게 흔드는 걸까?’
 

 

“나도 여기서만 살아서 잘 모르지만 너를 흔드는 건 바람이라는 친구들이래.”
하나밖에 없는 친구 바위섬이 말했어요.
“저번에 내 옆을 스쳐간 바람이 알려준 건데, 살랑살랑 부는 작은 바람도 있지만 아주 쌔고 무서운 바람들도 많대.”
“그 바람들은 큰 파도를 움직여 사람들의 마을을 휩쓸기도 하고 큰 배도 집어삼킨대.”
파랑이는 조금 무서웠지만 그래도 힘 쌘 바람을 만나 넘실넘실 춤도 추고 넓은 바다로 가서 친구들도 만나고 싶었어요.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파랑이의 마음은 조용히 일렁거렸어요.
 
그러던 어느 더운 여름날 바위섬이 말한 무서운 바람이 찾아왔어요. 저 아래 큰 바다에서 온 '태풍'이라는 바람이었어요.
보트를 타고 수영을 하던 사람들도 다 사라지고 바위섬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어요.


태풍이는 나를 마구 흔들어 어지럽게 했어요. 마을에서 떠내려온 쓰레기와 나무조각들이 바다 위를 덮었어요.
나는 거대한 파도 어른들에 휩쓸려 어디론가 소용돌이 쳐 갔어요.
 
정신이 들자 파랑이는 아주 먼 낯선 바다에 와있었어요. 하얀 얼음 조각들이 둥둥 떠다니는 차가운 바다였어요.
몸이 마구 떨려왔어요. 파랑이는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에게 물었어요.
“바람님, 나는 파랑이라고 해요. 당신 이름은 무엇인가요?”
“나는 쌩쌩이라고 해.”
“쌩쌩이님, 여기는 어디죠? 너무 추워요.”
“여기는 내가 태어난 북극이라는 곳이야. 아주 추운 곳이지.”
“그럼 쌩쌩이님이 저 얼음들처럼 나도 꽁꽁 얼릴 건가요?”
“아니! 옛날에 나는 모든 걸 얼려버리는 힘이 있었지만 더운 바람이 불어오며 이제는 힘이 다 빠졌어.”
“날씨가 따뜻해지면 좋은 거 아닌가요?”
“그렇지 않아. 추운 곳은 춥고 더운 곳은 더워야 해. 그게 바뀌면 모두들 살 수가 없는 거야.”
“그럼 저기 떠다니는 얼음도 더워서 녹고 있는 건가요?"


“북극의 거대한 얼음 땅이 깨지고 흩어지고 있어. 바다에 빠진 동물 친구들도 하나 둘 사라지고 있지.”
“아, 그래서 저 덩치 큰 하얀곰이 숨을 헐떡이며 헤엄치고 있는 거군요”
“나도 이제 조용히 잠이 들 것 같아. 너도 어서 여기를 떠나는 게 좋을 거야.”
 
파랑이는 슬픈 북극 바다를 떠나 곳곳을 여행 했어요. 더운 적도의 바다에도 가보고, 거대한 태평양 가운데서 외롭게 헤매기도 했어요.
그리고 다시 흘러가 내가 살던 작은 바다, 외로운 바위섬 옆에 돌아왔어요.


섬마을은 많이 변해 있었어요. 같이 놀던 아이들은 다 떠났고, 고기배들은 더 이상 지나가지 않았어요.
변하지 않은 것은 바위섬 뿐이었어요.
파랑이도 이제 넘실거리는 어른 파도가 되었고 물고기들과 장난치며 사람들과 같이 놀기도 했어요.
어른이 되어도 마음은 더 크게 일렁거리고 불안한 날도 많았지만 바다는 또 다시 잔잔하게 다독여 주었어요.
이제 비바람이 몰아치고 차가운 겨울이 와도 파랑이는 이 작은 바다를 떠나지 않을 거예요.
사람들이 말했어요. 이 바다처럼 평화로운 곳은 없을 거라고요.

 


 

witten by 숑숑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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