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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Rock8

[파리 올림픽 관전기] 최고의 감동을 전해준 셀린 디온의 ‘사랑의 찬가’ 파리 올림픽이 한창이지만 큰 열기는 없는 것 같다. 올림픽이 열리면 관련 주가가 오르고 방송사 중계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예전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파리 증후군(Paris syndrome)’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하는, 화려한 파리의 어두운 뒷모습이 조명되고 있고 올림픽에 반대하며 자국에 오지 말라고 하는 프랑스인들도 있다.   그래도 올림픽 개막식은 봐줘야 했다. 2024 파리 올림픽 개막식은 최초로 경기장이 아닌 야외에서(파리 시가와 세느강변) 열려 화제가 되었다.프랑스 문화예술의 집대성이라는 찬사도 있지만, 문화적 자유주의와 개성이 너무 드러나 난장판 같았다는 평가도 있다. 특히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명화 [최후의 만찬]을 현대적으로 패러디한 공연은 논란이 되었다(기독교 비하 및 과도한 신체노출 .. Pop&Rock 2024. 7. 31.
[Rest in Peace] 시대를 수놓은 아름다운 목소리, 김민기를 추모함 가수이자 연출가 김민기, 그의 부고 소식을 들었다. 내게 김민기는 비밀스러움이고 부끄러움이다. 고등학생 시절 얼굴도 모르는 그의 ‘아침이슬’을 처음 들었을 때 그 아름다운 가사와 나직한 목소리에 서려있는 은밀한 분노와 저항 의지를 어렴풋이 느꼈다. “내 맘에 설움이 알알이 맺힐 때 아침 동산에 올라 작은 미소를 배운다” (대표곡 ‘아침이슬’ 중) 마음에 맺힌 설움은 분노와 슬픔으로 터지지 않는다. 설움 끝에 배운 작은 미소, 그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는 나를 부끄럽게 했다. 모두들 나만의 행복과 안위를 위해 살아간다. 성공을 위해 공부하고 돈 벌고 안락한 가정을 유지하려 발버둥친다. “혼자였지 난 내가 아는 제일 높은 봉우리를 향해 오르고 있었던 거야 너무 높이 올라온 것일까 너무 멀리 떠나온 것일까 .. Pop&Rock 2024. 7. 23.
명반 리뷰 : Arco [Coming To Terms/4 EPs](2003) (이 리뷰는 필자가 작성한 라이센스 음반 해설지를 수정하여 재작성한 것으로 국내 웹진에 기고했던 글임)  빛나는 사색의 심연으로 활강해가다  1990년대 이후 록 음악의 경향 중 하나는 개인의 내면과 감정을 표현하는 미시적이고 사적인 영역에 대한 관심이다. 특히, 슬픔과 느림의 미학을 표방하는 슬로코어(slo-core) 장르는 아마도 록 음악이 지닌 가장 연약한 단면일 것이다. 이 단면은 베드헤드(Bedhead)와 같이 검고 침울한 기운으로 드러나기도 하며, 로우(Low)와 같이 신비스런 장막이 드리워져 있기도 하며, 레드 하우스 페인터스(Red House Painters)와 같이 영롱하게 빛나기도 한다. 그리고 이들 ‘우울의 연대’와 동행하는 느린 하강의 와중에 우리는 알 수 없는 혼잣말처럼 한 구석에.. Pop&Rock 2024. 6. 28.
명반 리뷰 : 마그마(Magma) [알수없어/해야] (1981/2004 재발매) (이 글은 2004년 음악웹진에 기고했던 필자의 글을 수정한 것입니다) 한국 싸이키델릭 록 ‘전설’의 부활 1970년대 이후 한국 캠퍼스 그룹 사운드의 양대산맥은 산울림과 송골매이다. 산울림은 엄밀히 말하자면 캠퍼스 그룹 사운드는 아니지만 음악 스타일이나 감성 측면에서 캠퍼스 그룹 사운드의 범주에 포함된다. 물론 1970년대 후반부터 각종 가요제 등을 통해 등장한 수많은 그룹들이 있었지만 대중음악계에 미친 영향력과 음악적 성과를 기준으로 할 때 역시 이들 두 그룹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국 록 팬들로부터 컬트적 추앙의 대상이 된 신비스런 이름의 주인공은 따로 있다. 강렬하고 파격적인 사운드를 분출하고 저주의 세월로 잊혀져간 마그마의 유일한 앨범은 1981년 발매된 후 2004년 .. Pop&Rock 2024. 6. 27.
명반 리뷰 : 들국화 [들국화 II](제발/내가 찾는 아이) (1986) (이 글은 2002년 음악웹진에 기고했던 필자의 글을 수정한 것입니다)막다른 길, 방황의 시작 들국화의 2집 [들국화 II(제발/내가 찾는 아이)]를 실로 오랜만에 다시 꺼내 들었다. 이렇게 ‘흘러간 옛 노래들’에 대한 글쓰기는 ‘그 때는 그랬다’ 식의 후일담이나 산만한 사변을 늘어놓기 쉽다. 이런 식의 글을 경계하지만, 첫 곡인 “제발”을 들으며 희미한 기억 하나쯤 꺼내놓지 않을 수는 없었다. 술집에서 크게 노래를 불러도 큰 흉이 안되던 시절, 억지스런 목소리로 가끔 불렀던 들국화의 노래가 바로 “제발”이다. ‘제발 숨막혀 인형이 되긴 / 제발 목말라 / 마음 열어 사랑을 해봐…’ ‘제발’이라는 간곡한 말에서 풍기는 절박한 반항심, 마치 무언가를 향한 욕설처럼 들리는 노래의 느낌은 울분을 토하는 듯한 .. Pop&Rock 2024. 6. 25.
명반 리뷰 : The Beatles [Rubber Soul](1965) (이 글은 2002년 음악웹진에 기고했던 필자의 글을 수정한 것입니다)고무신발로 갈아 신은 예술가들과의 조우비틀스의 첫 혁신작이자 중기 걸작록 음악에 빠져있던 내게 비틀스에 대한 첫인상은 좋지 않았다. 집안식구 누군가 사다놓은 정체불명의 비틀스 베스트 테입에는 “Love Me Do”, “I Wanna Hold Your Hand” 등 초기곡들이 조악한 음질로 모아져 있었는데 내겐 냉소와 혐오의 대상이었을 뿐이었다.  비틀스의 음악을 진지하게 접하게 한 계기가 된 [Rubber Soul]은 냉소적이고 편협한 헤비메탈 키드를 조금은 성숙하게 한 최초의 예술작품이었다. 비틀스의 [Rubber Soul]은 같은 해 발표된 [Help!]까지 그들이 보여준 태도와 음악 스타일로부터 최초의 혁신을 이루어낸 중기 걸작이.. Pop&Rock 2024. 6. 20.
여름에 즐겨 들을 올드팝 : My Own Summer Music Compilation (이 글은 2002년 어느 웹진에 기고했던 필자의 글을 수정한 것입니다)여름과 팝음악여름은 사계절 중에 가장 신경증적이고 흉폭하다. 올해는 그냥 넘어가나 했던 폭우와 태풍이 기승을 부렸고 그 때문에 휴가를 망친 사람들도 많으리라. 나를 포함해… 그리고 없는 사람에겐 여름이 낫다는 말도 수해를 입거나 에어컨 살 형편이 안 되는 사람 앞에선 설득력이 없다. 그래서 여름은 극단적으로 싫어하거나 아니면 광적으로 좋아하는 계절이기 쉽다. 나는 여름에 태어난 사자자리지만 여름을 싫어한다. 여름이 되면 단순경박해지기 쉽다. 심사숙고하지 않을 가능성도 많고 노느라 돈만 축낸다. 상처에 대한 감각도 무뎌지기 때문에 통계가 있을지 모르지만 아마 연인들이 가장 많이 이별하는 계절은 여름이지 싶다. 원래 별다른 피서 계획도 .. Pop&Rock 2024. 6. 19.
오래된 자주빛 기억 : 레너드 코헨을 기억하며 극저음의 음유시인 레너드 코헨(Leonard Cohen)내가 아는 가장 낮은 목소리를 지닌 사나이 레너드 코헨(Leonard Cohen)은 2016년 11월 향년 82세에 세상을 떠났다.그는 캐나다 출신 싱어송라이터인데 가수이자 시인이기도 하다. 음유시인이란 말에 그보다 어울리는 인물도 없는 것이다. 그가 가진 극저음의 목소리는 우수와 고독으로 충만하지만, 때로는 느끼하게 들리기도 한다. 그의 가장 대중적인 곡인 "I'm Your Man"은 화장품 광고인가 분위기가 나름 에로틱한 CF의 배경음악으로 쓰이기도 했고, 남자라면이라는 상품 광고에도 흘러나왔다. 그렇게 그의 중후한 목소리는 싸게 취급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는 시대의 고통과 슬픈 역사에 대한 나직한 고발이자 아픈 되뇌임이다.슬픈 시대의 .. Pop&Rock 2024. 5.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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