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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반 리뷰 : 마그마(Magma) [알수없어/해야] (1981/2004 재발매)

숑숑파 2024. 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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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04년 음악웹진에 기고했던 필자의 글을 수정한 것입니다)
 

한국 싸이키델릭 록 ‘전설’의 부활

2004년 재발매된 마그마 앨범(힛트레코드/리버맨 뮤직 발매)

 

1970년대 이후 한국 캠퍼스 그룹 사운드의 양대산맥은 산울림과 송골매이다. 산울림은 엄밀히 말하자면 캠퍼스 그룹 사운드는 아니지만 음악 스타일이나 감성 측면에서 캠퍼스 그룹 사운드의 범주에 포함된다.
물론 1970년대 후반부터 각종 가요제 등을 통해 등장한 수많은 그룹들이 있었지만 대중음악계에 미친 영향력과 음악적 성과를 기준으로 할 때 역시 이들 두 그룹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국 록 팬들로부터 컬트적 추앙의 대상이 된 신비스런 이름의 주인공은 따로 있다. 강렬하고 파격적인 사운드를 분출하고 저주의 세월로 잊혀져간 마그마의 유일한 앨범은 1981년 발매된 후 2004년 재발매되었다.

마그마는 1980년 제4회 [MBC 대학가요제]에 출전하여 박두진의 시를 개사한 “해야”로 은상을 받으면서 캠퍼스 그룹 사운드 무대에 혜성처럼 등장한다. 
마그마는 소수 컬렉터들과 매니아들의 기억에만 존재해오다 1980년대 후반 어느 심야 FM 프로그램에서 이들의 불후의 명곡인 “잊혀진 사랑”을 자주 소개하면서 보다 널리 알려지게 된다. 

처음 마그마를 접했던 음악팬들에게 이 곡은 ‘한국에도 이런 음악이 있었던가’라는 놀라운 반응과 충격파를 몰고 왔다. 그러나 시대를 앞서간 음악의 운명이 그렇듯 마그마의 록 사운드는 대중적인 관심과 유리된 채 박제화된 전설로만 회자되었다. 
더구나 이 음반이 너무나 희귀해 거의 구할 수 없었고 여기 저기 떠돌던 음원들의 음질도 매우 조악했기 때문에 그 이름에 더 두터운 먼지가 쌓여갔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재발매를 가능하게 한 마스터 테이프가 레코드사 지하실에서 발견되었다는 사실은 실로 극적인 행운이다. 
 
사실 최초로 재발매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감격이지만, 음반의 외양과 질 모두가 만족스럽기에 반가움이 더 커진다.
먼저 초도한정반은 쓸 데 없는 장식이나 설명을 배제하고 원본 LP 재킷의 느낌을 재현하려는 듯 깔끔한 하드 페이퍼 재질로 제작되어 있다(재킷에는 특이하게도 멤버들이 다니던 대학과 학과까지 쓰여있다).
또 24-bit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통해 재생한 음원도 마그마 특유의 날카롭고 화려한 사운드 질감을 완벽하게 되살리고 있다.

마그마에 대해 흔히들 ‘한국 하드 록/헤비 메틀 사운드의 효시’라는 평가를 내리지만 이는 지나치게 단순한 평가이다. 
즉 해외 록 음악을 답습하는 차원이었지만 1960년대 말에서 1970년대 초까지 미8군을 주무대로 활동했던 그룹 사운드들은 싸이키델릭과 훵크적 색채를 띤 하드 록 사운드를 이미 시도하였다. 
이런 측면에서 마그마는 미8군 무대 출신인 선배 뮤지션들의 음악적 공과를 계승하면서도 이를 현대적으로 극단화했을 뿐만 아니라, 친근한 가요의 느낌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던 동시대 캠퍼스 그룹 사운드들의 대중적인 사운드와는 다소 차별적인 보다 본격적이고 실험적인 싸이키델릭 록을 구현했다는 평가가 좀 더 적절한 설명일 것이다.

 

대학가요제 출전 시절 마그마 멤버들


마그마의 멤버는 거의 모든 곡을 작사·작곡하고 보컬과 베이스 연주를 맡았던 조하문과 각각 기타와 드럼을 연주했던 김광현, 문영식, 이렇게 3명이었다. 
이들의 연주력은 흠잡을 데 없이 출중하지만 바이브레이션이 빈번하면서도 힘있는 샤우팅을 구사했던 조하문의 하드 록 창법과, 정통 싸이키델릭 록 기타 주법에 충실하면서도 변칙적인 김광현의 기타 연주는 마그마 음악의 핵심 요소이다. 
특히, 경음악이라는 꼬리표가 무색할 만큼 날카롭고 자극적인 핑거링이 넘쳐나는 기악곡 “탈출”에서 김광현이 들려주는 블루지한 솔로 연주와 “잊혀진 사랑”에서 투 트랙으로 오더 더빙된 광기 어린 기타 애드립은 지금 들어도 놀랍기만 하다. 
또 “잊혀진 사랑”은 여러 측면에서 명곡의 요소를 체화하고 있는데, 인간의 생로병사를 형상화하는 듯한 비장하고 심오한 가사와 절묘한 운율미, 그리고 후반부에 울려 퍼지는 조하문의 광기어린 하이 톤의 샤우팅은 전율 그 자체이다.

“잊혀진 사랑”이 음악적 완성도 측면에서 이 앨범을 대표한다면 대중적인 측면에서 마그마의 대표곡은 히트곡인 “해야”라고 할 수 있다.
이 곡은 패기 넘치는 가사와 드라마틱한 곡의 구성 때문에 대학가 응원가 등으로 널리 불렸는데 다시 들어보니 박진감 넘치는 중반부 이후보다 인트로 부분에 살짝 리버브를 먹은 아르페지오 기타 연주와 조하문의 부드러운 발라드 창법이 더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이밖에 전형적인 하드 록 리프가 진중하게 이어지는 오프닝 넘버 “알수없어”, 와우와우 이펙트를 가볍게 먹인 인트로 연주에 이어 사랑과 평화 식의 훵키하고 섬세한 기타 연주와 리듬 운용이 펼쳐지는 “이럴수가 있을까” 등도 저마다의 특색을 드러내는 트랙들이다.
특히, 프로그레시브 록의 느낌을 물씬 풍기는 불협화음과 기괴한 보컬 샤우팅에 이어 퍼즈 톤의 헤비한 기타 리프가 난사되는 “아름다운 곳”은 이 앨범의 A면을 대표할 뿐만 아니라 한국 헤비 메틀의 초창기 원형을 제시했다고 평가할 만한 뛰어난 록 넘버이다.

마그마의 해체 이후 솔로로 전향한 조하문은 1980년대 후반 “눈오는 밤”과 같은 싱어롱송과 “이 밤을 다시 한번”, “내 아픔 아시는 당신께” 등의 남성 취향 발라드가 히트하면서 주류 가요 무대에서 성공을 거둔 뒤 1993년에 발표한 솔로 4집을 끝으로 은퇴한다. 
마그마에 대한 재평가에서 조하문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적절하지 않지만, 발라드 가수 조하문을 기억하는 사람에 비해 마그마의 리더 조하문을 아는 사람이 별로 많지 않다는 점에서 더 논의가 필요한 부분일 것이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조하문의 노래는 그의 선배들과 동시대 리드 보컬리스트들과는 완전히 차별화되는 충만한 에너지와 섬세한 기교 모두를 갖춤으로써 한국 하드 록 보컬의 전무후무한 원형을 토해냈다고 할 수 있다.
또 그의 베이스 연주도 그 당시만 해도 이 정도의 핑거링 테크닉을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에서 역시 선구적인 프로페셔널의 경지로 평가되어야 마땅하다.

 

대학가요제에서 '해야'를 열창하는 조하문


이런 의미 있는 재발매 작업을 단행한 레코드사의 묵묵한 노력이 작게나마 상업적 결실로 보답 받는다면 좋겠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이 음반에 대한 새롭고도 정당한 평가일 것이다.
뛰어난 음악만은 세대를 초월한다는 생각은 착각일지 모른다. 20년이 훌쩍 지나 다시 분출한 마그마의 재발매 앨범이 감각적인 사운드에 익숙한 지금의 음악 팬들에게 얼마나 어필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고개를 끄덕거리는 정도라도 된다면 그래도 잊혀진 명반의 부활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는 되지 않을까.  
 

20040415 작성
 

수록곡
1. 알수없어
2. 이럴수가 있을까
3. 아름다운 곳
4. 기다리는 마음
5. 우린 서로 사랑하니까
6. 해야
7. 잊혀진 사랑
8. 그날
9. 탈출 (경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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