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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동시 한편, <다른 여름>

숑숑파 2024.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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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여름

 강지인
 
작년 여름 할머니 마당
평상 위에는
 
동그란 밥상과
동그란 부채가 있었고
 
옥수수 참외 토마토가 수북한
명랑한 소쿠리도 있었지
 
그렇게 시끌벅적한
할머니의 여름은 가고
 
올여름 우리
돗자리 위에는
 
할머니 밥상이 이사 오고
할머니 부채도 따라왔지만
 
할머니 약봉지만 수북한
할머니 소쿠리는 우울했지
 
그렇게
갑자기
 
할머니의 다른 여름이
찾아올 몰랐지
 
출처 : 격월간 동시 전문지 <동시마중> 87 2024.9.10
 
할머니의 동그란 밥상과 부채처럼 할머니는 동그란 얼굴과 미소를 띠고 있었을 것이다.

마실 온 동네 할머니들과 심심풀이로 드시거나 손주들 손에 쥐어주셨을 먹거리들 대신에 소쿠리엔 이제 약봉지만 수북하다.
풍성하고 명랑한 여름이 가고 쇠약해진 할머니의 다른 여름, 아니 저무는 가을이 온 것이다.
애잔하고 아름다운 시선이다.
 
스쳐가듯 짧은 올해 가을 풍경 때문인가. 우연히 도시관에서 읽은 동시 한편이 가슴 한켠에 울컥 머문다.
할머니라는 그 슬픈 말 때문일 것이다.
 

작사 소개

강지인 시인
2004년 <아동문예> 신인상, 2007 '황금펜 아동문학상' 동시 부문을 수상한 동시작가. 첫 동시집인 <할머니 무릎 펴지는 날>과 <상상도 못했을 거야!>, <달리는 구구단> 등의 작품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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