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동시 한편, <다른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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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여름
강지인
작년 여름 할머니 집 마당
평상 위에는
동그란 밥상과
동그란 부채가 있었고
찐 옥수수 참외 토마토가 수북한
명랑한 소쿠리도 있었지
그렇게 시끌벅적한
할머니의 여름은 가고
올여름 우리 집
돗자리 위에는
할머니 밥상이 이사 오고
할머니 부채도 따라왔지만
할머니 약봉지만 수북한
할머니 소쿠리는 우울했지
그렇게
갑자기
할머니의 다른 여름이
찾아올 줄 몰랐지
출처 : 격월간 동시 전문지 <동시마중> 제87호 2024.9.10월
할머니의 동그란 밥상과 부채처럼 할머니는 동그란 얼굴과 미소를 띠고 있었을 것이다.
마실 온 동네 할머니들과 심심풀이로 드시거나 손주들 손에 쥐어주셨을 먹거리들 대신에 소쿠리엔 이제 약봉지만 수북하다.
풍성하고 명랑한 여름이 가고 쇠약해진 할머니의 다른 여름, 아니 저무는 가을이 온 것이다.
애잔하고 아름다운 시선이다.
스쳐가듯 짧은 올해 가을 풍경 때문인가. 우연히 도시관에서 읽은 동시 한편이 가슴 한켠에 울컥 머문다.
할머니라는 그 슬픈 말 때문일 것이다.
작사 소개
강지인 시인
2004년 <아동문예> 신인상, 2007 '황금펜 아동문학상' 동시 부문을 수상한 동시작가. 첫 동시집인 <할머니 무릎 펴지는 날>과 <상상도 못했을 거야!>, <달리는 구구단> 등의 작품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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