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t in Peace] 시대를 수놓은 아름다운 목소리, 김민기를 추모함
가수이자 연출가 김민기, 그의 부고 소식을 들었다.
내게 김민기는 비밀스러움이고 부끄러움이다.
고등학생 시절 얼굴도 모르는 그의 ‘아침이슬’을 처음 들었을 때 그 아름다운 가사와 나직한 목소리에 서려있는 은밀한 분노와 저항 의지를 어렴풋이 느꼈다.
“내 맘에 설움이 알알이 맺힐 때
아침 동산에 올라 작은 미소를 배운다”
(대표곡 ‘아침이슬’ 중)
마음에 맺힌 설움은 분노와 슬픔으로 터지지 않는다.
설움 끝에 배운 작은 미소, 그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는 나를 부끄럽게 했다.
모두들 나만의 행복과 안위를 위해 살아간다.
성공을 위해 공부하고 돈 벌고 안락한 가정을 유지하려 발버둥친다.
“혼자였지
난 내가 아는 제일 높은 봉우리를 향해
오르고 있었던 거야
너무 높이 올라온 것일까
너무 멀리 떠나온 것일까
얼마 남지는 않았는데”
(김민기, ‘봉우리’ 중)
그는 가난하고 억압받는 사람을 마음에 품고, 정의로운 세상을 꿈꾸며 조용히 노래했다.
그는 ‘뒷것’을 자처할만큼 나서지 않았지만 누구보다도 힘 있고 영향력 있는 ‘앞선이’였다.
“어두운 비 내려오면
처마 밑에 한 아이 울고 서있네
그 맑은 두 눈에 빗물 고이면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
(김민기 ‘아름다운 사람’ 중)
그의 노래 ‘아름다운 사람’을 밤에 듣고 울먹거린 기억처럼 우리는 때로 남몰래 ‘처마 밑에서 우는 아이같은 사람’이다.
그는 하늘나라에 갔지만, 그의 목소리는 부끄러운 나를, 오래도록 비밀스럽게 어루만질 것이다.
김민기 선생님, 서러움 모두 버리고 영면하시길 빕니다.
김민기
출생 1951년 3월 31일
사망 2024년 7월 21일 (향년 73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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