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반 리뷰 : 베토벤 교향곡 5번, 장엄하고 어두운 케겔의 명연주
영원히 추앙받을 명곡 중의 명곡, 베토벤의 교향곡 5번
베토벤 교향곡 5번 Op.67 [운명] - 헤르베르트 케겔 지휘, 드레스덴 필하모니, 1989 일본 실황 음반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의 교향곡은 클래식 음악을 즐겨 감상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유명하고 인정 받는다.
베토벤이 남긴 명곡들은 피아노 소나타, 피아노 협주곡, 현악 4중주, 바이올린 소나타 등의 장르에도 많지만, 역시 대표 장르는 교향곡이다.
그가 남긴 9개의 교향곡은 그 자체로 인류의 보물이자 작품성과 인기 모든 측면에서 최상위를 차지하는 걸작들이다(실제로 교향곡 제9번 [합창]은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었다).
베토벤의 교향곡 중 가장 인기 있고 자주 연주되는 작품은 3번, 5번, 7번, 9번 등 홀수 번호 작품들이다.
3번 교향곡 [영웅]이 하이든(Franz Joseph Haydn)과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등 고전주의 영향에서 벗어나 낭만주의와 표제음악의 탄생을 암시한 혁신적인 작품이라면, 5번 교향곡은 간결하면서도 구조적인 형식미가 뛰어나며 ‘역경과 고난을 딛고 승리를 쟁취한다’는 베토벤적 세계관을 잘 드러낸다는 측면에서도 대표적인 걸작이다.
클래식을 대표하는 주제음
“따다다 단~”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운명'이란 곡명은 베토벤이 붙이지 않았고 베토벤의 집사였던 안톤 신들러가 1악장 도입부의 4개의 주제음을 두고 “운명은 이와 같이 문을 두드린다”라고 했다는 설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4개의 음은 단순하지만 비장하며 곡 전체에서 여러 형태로 변주되며 다양하게 전개된다.
극적으로 삶을 마감한 케겔, 그의 장중하고 음울한 운명 교향곡
베토벤 5번은 유명한 만큼 많은 명연이 남아 있다. 푸르트뱅글러(Wilhelm Furtwangler)의 육중하고 폭발적인 1943년 연주, 마르케비치(Igor Markevitch)가 라무뢰 오케스트라(Orchestre Lamoureux)와 연주한 1959년의 날렵하고 호방한 연주도 유명하고, 조지 셸(George Szell)과 빈필의 1969년 연주는 힘이 있으면서도 정교한 명연이다. 또 1974년 클라이버(Carlos Kleiber)가 빈필과 연주한 작품은 화려하고 리듬감이 뛰어난 가장 대표적인 베스트셀러이다.
무수한 명연이 있지만 필자는 독일 지휘자 헤르베르트 케겔(Herbert Kegel)의 1989년 일본 실황 연주를 가장 애정한다.
케겔은 1920년 드레스덴에서 출생하여 1977부터 1985년까지 드레스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수석 지휘자를 역임했다. 그리고 1990년 고향 드레스덴에서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크게 알려진 경력과 명반도 많지 않고 클래식 애호가들 사이에서도 최상급 지휘자로 꼽히지는 않는다. 그의 극단적인 죽음의 배경도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이런 점 때문에 그의 인생과 작품관이 더 궁금해지기도 한다.
케겔의 1989년 연주는 수 많은 베토벤 5번 연주 중 가장 독특하고 개성적이다.
연주시간은 36분이 조금 넘어 아주 느린 템포는 아니지만 주요 주제음을 느리고 묵직하게 연주하여 장중하게 연출한다. 귀기가 느껴진다는 어느 감상자의 평처럼 음울한 비장미를 발한다.
어둡지만 베토벤의 인생과 케겔의 고뇌를 떠올리게 하는 감동적인 연주이다.
필청을 권한다.
[수록곡]
[1] 에그몬트 서곡
[2]-[6] 교향곡 6번 전원 Op. 68
[7]-[10] 교향곡 5번 Op. 67
[11] 지휘자의 앙코르곡 소개
[12] (앙코르곡) J.S. 바흐: 관현악모음곡 3번 BWV1068 중 AIR
녹음: 1989년 10월 18일 / 산토리홀 (NHK 실황 녹음)
[음반 정보]
상품코드 4543638810550
음반코드 : 2560379
아티스트 : LUDWIG VAN BEETHOVEN
제작사 : ALTUS
레이블 : ALTUS
출시일 : 2003년 초판 / 2023년 06월 09일(재발매)
작곡가 : LUDWIG VAN BEETHOVEN, JOHANN SEBASTIAN BACH
지휘자 : HERBERT KEGEL
오케스트라 : DRESDNER PHILHARMON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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