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기다리며 듣는 주옥같은 피아노 소품들 (1)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늦더위가 이어지고 있지만 마음은 가을로 향해 간다.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을 느끼며 음반을 고른다. 가을의 침잠과 가장 어울리면서도 명상적인 4곡을 골랐다.
슈베르트 즉흥곡 3번
Franz Schubert, Impromptu Op.90, No.3 D 899, G flat major
슈베르트의 즉흥곡은 8곡으로 구성된 피아노 독주 소품으로 1827년 작곡되었다. 4곡씩 2묶음으로 출판되었는데, 첫번째 세트(Four Impromptus, D. 899, Op. 90)의 1번, 2번곡은 슈베르트 생전에 출판되었고 3번, 4번곡은 사후 1857년 출판되었다(두 번째 세트 4곡은 D. 935, Op. post. 142로 분류되어 있다).
D.#는 도이치 번호로 작품번호를 말하는데, 슈베르트의 작품들을 연구하고 목록을 정리한 학자인 오토 에리히 도이치(Otto Erich Deutsch, 1883-1967)의 이름에서 이니셜을 따서
붙여진다(같은 식으로 모차르트의 작품은 쾨헬, 하이든은 호보켄 번호로 정리되어 있다).
8개 즉흥곡 중 가장 자주 연주되는 3번 G플랫 장조는 5분 내외의 피아노 독주 소품으로 잔잔한 아르페지오 음이 펼쳐지는 아름다운 작품이다.
가곡의 왕 답게 피아노 곡이지만 난해한 구성보다 입으로 흥얼거릴 만한 선명한 멜로디 라인이 표출된다.
특히 주제와 같은 역할을 하는 다섯잇단음표 아르페지오는 마치 하프 선율처럼 꿈결같이 여리게 연주되며 명징한 선율을 꾸며준다. 곡의 빠르기는 Andante(천천히 걷는 빠르기로)로 이 오른손 아르페지오 연주를 너무 처지지 않게 속도감 있으면서 정확하게 연주하는 것이 관건이다.
유명 피아니스트들이라면 거의 모두 이곡을 연주했고, 공연 앙코르 곡으로도 자주 연주되고 있어 비교적 쉽게 명연들을 접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단연 최고의 연주는 오스트리아 피아니스트 알프레드 브렌델(Alfred Brendel, 1931~)이 1972년 녹음한 데카(DECCA) 음반이다.
슈베르트 스페셜리스트로 유명한 알프레드 브렌델은 학자 같이 냉철한 타건이 돋보이면서도 서정성도 뛰어나다. 그는 1967년, 1988년에도 즉흥곡 녹음을 했는데, 개인적으로 1972년 음반의 템포가 가장 적절하고 브렌델 답게 들린다.
알프레드 브렌델의 슈베르트 즉흥곡 3번 연주
브람스 인터메조(간주곡) 118-2
Brahms, 6 Piano Pieces op. 118. no.2 “Intermezzo in A majo”
필자의 다른 글에서 다룬적이 있는 이 곡은 개인적으로 가장 애정하는 피아노곡 중 하나이다. 브람스의 만년의 작품인 [6개의 피아노 소품](6 Piano Pieces Op. 118) 중 두번째 간주곡으로 낭만적이면서 현대적인 작품이다.
언제나 이 곡을 들을 때면 브람스의 ‘만년의 회한’이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노년의 피아니스트들의 명상적이고 관조적인 연주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라두 루푸(Radu Lupu)의 1976년작, 구도자적 연주를 하는 백건우의 2011년작 등도 뛰어나지만 그리고리 소콜로프(Grigory Sokolov, 1950~)의 2020년 도이치그라모폰(Deutsche Grammophon) 발매작이 가장 처연하게 들린다.
이 곡은 2019년 로마의 성 베르나르도 공연 실황을 녹음한 것으로 실황의 생생함과 소콜로프 특유의 섬세한 서정성과 강약의 대비가 돋보이는 명연이다.
그리고리 소콜로프의 브람스 인터메조 2번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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