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올림픽 관전기] 최고의 감동을 전해준 셀린 디온의 ‘사랑의 찬가’
파리 올림픽이 한창이지만 큰 열기는 없는 것 같다.
올림픽이 열리면 관련 주가가 오르고 방송사 중계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예전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파리 증후군(Paris syndrome)’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하는, 화려한 파리의 어두운 뒷모습이 조명되고 있고 올림픽에 반대하며 자국에 오지 말라고 하는 프랑스인들도 있다.
그래도 올림픽 개막식은 봐줘야 했다.
2024 파리 올림픽 개막식은 최초로 경기장이 아닌 야외에서(파리 시가와 세느강변) 열려 화제가 되었다.
프랑스 문화예술의 집대성이라는 찬사도 있지만, 문화적 자유주의와 개성이 너무 드러나 난장판 같았다는 평가도 있다.
특히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명화 [최후의 만찬]을 현대적으로 패러디한 공연은 논란이 되었다(기독교 비하 및 과도한 신체노출 이슈 등).
레이디 가가의 등장도 예상 밖은 아니고 패션쇼, 헤비 메탈 무대 등 별 거 없었다.
정신 없던 개막식 공연이 끝나갈 때 TV를 끄려던 나는 마지막으로 등장한 가수를 보고 크게 놀랐다.
잊혀졌다고 생각했던 디바 셀린 디온(Celine Dion)이 에펠탑 무대에서 샹송 명곡인 ‘사랑의 찬가(Hymne à l'amour)’를 부르고 있는 것이다.
그녀가 2년전 불치병인 근육 경직 증후군으로 투병하며 무대를 떠났을 때 그녀는 재기를 다짐했지만 서서히 잊혀져 갔다.
다소 야위었지만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여전히 우아한 모습으로 노래하는 그녀의 무대는 병마와 싸우는 서사와 결합되어 큰 감동을 주었다.
개막식 진행에 차질을 빚은 비내리는 날씨도 사랑의 찬가의 선율과 어울려 오히려 낭만적으로 연출되었다.
[2024 파리올림픽 개막식 피날레 무대, 셀린 디온의 '사랑의 찬가']
그녀의 우아한 손짓과 열창은 아마도 올림픽 개막식 최고의 무대로 기억될 것 같다. 혹자의 말처럼 셀린 디온이 파리 올림픽을 구했는지도 모른다. 인류애와 세계 평화를 추구하는 올림픽 정신은 셀린의 무대를 통해 예술에 대한 불굴의 의지와 지고지순한 사랑의 의미로 재탄생 했다.
...그리고 우리는 끝없는 푸르름 속에서
두사람을 위한 영원함을 가지는 거에요
이제 아무 문제도 없는 하늘 속에서…
신은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만나게 해줄 거예요.
(에디뜨 피아프, ‘사랑의 찬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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