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맛집] 영혼의 밥도둑 생선구이 맛집, 거제 해뜨는집
거제 해뜨는집 정보
- 위치 : 경남 거제시 일운면 지세포해안로 182
- 영업시간 : 매일 09:30~20:00
- 연락처 : 0507-1473-0082
그리우면서도 부끄러운 철없었던 노총각 아들의 저녁밥상
돈이 없는 사람들도 배불리 먹을 수 있게
나는 또 다시 바다를 가르네
몇 만원이 넘는다는 서울의 꽃등심보다
맛도 없고 비린지는 몰라도
그래도 나는 안다네 그동안 내가 지켜온
수많은 가족들의 저녁 밥상…
가난한 그대 날 골라줘서 고마워요
수고했어요 오늘 이 하루도…
(루시드폴의 <고등어> 중)
고등어, 꽁치, 이면수, 갈치 등 생선구이는 자주 고기 먹기가 힘든 서민들의 단백질 보충원이고, 저렴한 밥반찬이자 술안주이다. 저녁 때 집집마다 불난듯 타오르던 생선 굽는 매캐한 연기는 피곤한 하루를 위로하는 잔치였다.
그러나 이제 집에서 생선구이 해먹는 가정은 점점 드물어지고 있다. 생선 손질이야 마트에서 다 되어 있는 것을 사오면 되지만, 여전히 조리 중 발생하는 연기와 냄새는 견디기 힘들다. 결국 사먹을 수밖에 없는데 서민의 음식인 생선구이는 이제 흔하지도 저렴하지도 않다.
부모님과 살던 직장 초년생 시설 나는 가끔 퇴근하며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생선구이 먹고 싶다고.
어머니는 절대 생선을 냉동실 구석에 얼려두지 않으셨다. 어머니는 전화를 내려놓고 다리가 불편하신 데도 굳이 시장에 가서 눈알이 초롱초롱한(?) 생물 생선을 사오셨다.
내가 집에 도착하면 어머니는 지금은 거의 사라진 가스레인지 가운데 오븐 칸에 소금을 뿌린 고등어나 갈치를 넣고 구우셨다. 갓지은 하얀 쌀밥과 된장찌개와 함께 먹던 그 뜨거운 생선구이는 눈물나게 맛있었다.
철없었던 아들놈은 이제 휠체어 없이는 오래 걷기 힘드신 어머니를 모시고 생선구이 식당에 가끔 간다.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가운데 살덩이를 발라내어 밥그릇에 얹어드리며 천천히 드시라고 잔소리까지 더한다.
생선구이는 내게 철없고 슬프고 아련하고 행복한 영혼의 밥도둑이다.
바닷가의 푸짐하고 싱싱한 생선구이를 배부르게 즐길 수 있는 ‘해뜨는집’
현지인들과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거제 지세포 해안도로에 위치한 ‘해뜨는집’은 생선구이와 물회, 게장, 우럭매운탕 등을 파는 식당이다. 나는 주로 생선구이를 먹었고 지인들에 따르면 물회나 게장정식은 평범한 편이라고 한다.
이 집 생선의 퀄리티를 감안하면 생우럭매운탕이 무척 궁금한데, 갈 때마다 재료가 안들어왔다거나 소진되었다고 해서 아쉬움이 남는다.
대표메뉴인 생선구이 정식을 주문하면 10여가지 밑반찬과 미역국, 된장찌개 등이 깔리는데 전부 맛있고 정갈하다. 생선구이와 찰떡궁합인 솥밥이 나오고 밥을 덜어낸 후 누릉지에 물을 부어두면 메인 디쉬인 생선구이가 나온다.
생선은 지세포항에서 공수한다고 하는데 고등어, 민어조기, 가자미, 열기, 아지(전갱이), 꽁치 등으로 구성한다고 한다.
요즘은 고등어, 민어조기, 가자미, 열기가 나온다. 고등어는 석쇠나 오븐에 구워서 나오고 나머지는 바삭하게 튀겨서 나오는데 생선이 크고 실해서 다들 말없이 젓가락 전쟁에 몰두한다.
가격도 15,000원으로 생선의 양과 질, 반찬 등을 고려하면 비싼 편은 아니다.
생선구이 정식 주문할 때 같이 주문하면 좋은 생우럭구이정식은 좀 비싸고(2만원), 살이 많지는 않지만, 양념 맛이 일품이다. 우럭찜 요리에 주로 쓰는 탕수소스 같이 달지는 않고 매콤짭잘한 소스와 쫄깃한 우럭살이 어울려 감칫맛이 폭발한다.
이 집의 장점은 식당 이름처럼 지세포 해변 풍광을 즐길 수 있고(날씨가 좋으면 야외 테이블에서 식사해도 좋을 것 같다), 반려동물도 입장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 집에서 풀어 키우는 강아지는 손님들로부터 생선깨나 얻어먹었을 내공으로 테이블 아래서 눈을 껌벅거려 부담과 귀여움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생선집답게 마당엔 길고양이들도 있다. 재미있는 식당이다.
주차장은 좀 협소한데 해안도로변에 세워두면 된다.
아, 마지막으로 아쉬움 하나! 보관이 불편해서인지 생선구이의 단짝인 막걸리를 팔지 않는다. 영업도 저녁 8시에 끝나 술꾼들에겐 맞지 않을 수 있다.
그래도 거제에 출장가면 꼭 들르는 손꼽는 맛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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