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택살이 희노애락] 정원 텃밭 가꾸기의 현실 Log

숑숑파 2024. 5. 23.
728x90

주택살이 8년차에 찾아온 현타

아파트만이 집인 줄 알다가 파주 주택살이를 결정한 이유는 프토그래퍼 아내에게 작은 작업실 겸 스튜디오가 필요하기도했지만 정원이 있는 집에 대한 막연한 동경 때문이기도 했다.

숑숑파가 사는집 전경


이제 이 집에 산지 8년이 넘어 편하고 익숙하지만 아직 집안 곳곳을 손보거나 정원을 가꾸는 일은 직장인인 필자에게 버겁기만 하다.
처음엔 재미 있었다. 목재를 사다가 작은 가구를 만들어보기도 했고, 텃밭에 고추, 토마토, 호박 등 야채 키우기도 매년 해보았고, 잔디깍는 기계며 소형 창고며 꽤 비싼 해외 물품도 들여다 놨다.
가끔이긴 했지만 정원에서 바베큐 파티와 불멍, 아이들 간이 풀장 물놀이도 시켜주고 그네까지 설치했다. 코로나 시국에는 지인들이 캠핑 갈 필요 없는 집이라고 모두 부러워했고 아들과 친구들은 신나게 놀았다.


하지만 아빠의 자금은 바닥이 났고 체력적으로 지쳐갔고, 모기는 점점 강력해져 갔다. 결국 폴딩도어 공사를 했고 이제는 그냥 정원에서 낮잠 자는게 전부가 되었다. 여전히 매력적이긴 하지만 정원이 있는 주택살이 만만치 않다.

힘들지만 쏠쏠한 먹을거리냐, 알아서 커라 꽃밭이냐?

마당 한 켠에 한평 남짓 크기의 텃밭을 만들었다. 방부목으로 경계를 만들고 꽤 비싼 한살림 배양토를 깔았다.
여기에 시장에서 사온 고추, 토마토, 가지, 호박 등등 모종을 옮겨 심었다. 너무나 간단했고 물만 주어도 채소들은 잘 자랐다.
 

유기농먹거리를 판매하는 한살림의 유기배양토

그런데 여름이 가까워지자 잡초들이 무성해지고 채소들은 병충해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결국 가을에 고추와 토마토 몇 개를 따먹고는 다 뽑아버렸다.

몇년전 토마토, 고추, 상추, 파를 키웠던 텃밭


다음해에는 잡초 방지를 위해 농사용 비닐을 깔고 구멍을 내어 모종을 심었다.
수확은 나아졌지만 매일 물주고 약 치는 일에 지쳐 다음해에는 아내의 취향과 조언에 따라 꽃밭으로 전환했다.
잡초도 그대도 두고 약과 비료도 뿌리지 않는 유기농(?) 정원은 편하고 꽤 볼만했다.

잡초에 대한 집착 지우기, 그리고 내추럴 가든의 환상과 현실

올해는 잘 크고 꽃을 여러 번 피우는 백일홍 꽃씨와 KTX에서 사은품으로 준 코스모스, 봉선화 꽃씨를 심었다. KTX 꽃씨는 연필 형태로 흙에 꽂으면 캡슐이 녹아 씨앗이 흙에 묻히는 형태로 아주 괜찮은 제품이다.

코레일에서 선물로 주는 연필 씨앗


아내는 역시 잡초와 같이 크도록 하자고 했지만 필자는 무성한 잡초는 취향이 아니라 비닐을 덮었다. 5월초에 심었고 일주일 지나니 쪼매난 싹이 솟아났다. 아마 물만 잘 주면 빨갛고 화려한 꽃들을 많이 피워낼 거라 기대한다.
 

텃밭에 자란 백일홍 새싹

 
영화를 보면 영국이나 프랑스의 내추럴 가든은 야생화가 어우러진 멋진 모습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현실은 다르다.
그냥 놔두면 온갖 엉겅퀴, 민들레, 명아주, 갈퀴들이 무질서하게 점령한다.
이것들도 푸른 생명력을 가진 애들이지만 잡초제거에 대한 집착은 아직도 완전히 버리기 어렵다. 어쨌든 우리집 텃밭은 나름대로의 내추럴 가든이 될 것이다.

몇년전 여름 우리집 양귀비 꽃밭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