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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 AI 디스토피아를 극복하는 '마음'의 힘, 와일드 로봇(Wild Robot, 2024)

숑숑파 2024.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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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와일드 로봇 국개 개봉 포스터(출처 : 네이버 영화)

영화 개요

  • 감독 : 크리스 샌더스(Chris Sanders)
  • 주연(목소리) : 루피타 뇽(로즈), 키트 코너(브라이트빌), 페드로 파스칼(핑크)
  • 장르 : 애니메이션, SF, 모험
  • 제작 :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 배급 : 유니버설 픽쳐스
  • 개봉일(국내) : 2024.10.1
  • 상영시간 : 102분
  • 등급 : 전체관람가
  • 국내총관객수 : 24만명(10월 6일 기준)

애니메이션의 레트로 실험, 드림웍스의 야심작

 10월 1일 개봉하여 서서히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애니메이션 [와일드 로봇]은 오랜만에 만나는 애니메이션 화제작이다. 

피터 브라운의 소설 [The Wild Robot]


유명한 동화작가인 피터 브라운(Peter Brown)의 동명 소설이 원작인 이 작품은 메이저 애니메이션 제작사 드림웍스의 30주년 기념작이다.  
드림웍스는 [슈렉] 시리즈, [쿵푸팬더] 시리즈, [장화 신은 고양이] 등을 성공시켰지만,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PIXAR와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고 이렇다할 히트작을 내놓지 못해 경영난을 겪고 있다. 그래서인지 [와일드 로봇]이 마지막 순수 자체 제작 작품이고 이후엔 외주 비중을 높인다고 한다.
 
드림웍스는 이제 한물갔다는 전망이 우세해질 때쯤 등장한 이 영화는 TiFF(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 선을 보인 이후 평단과 언론의 극찬을 얻고 있으며, 향후 세계적인 흥행도 예상되고 있다. 
올해 개봉한 픽사/디즈니의 [인사이드 아웃2]와의 비교 및 경쟁이 관심거리인데, 필자의 주관적 평가로는 다소 난해하고 중구난방인 [인사이드 아웃2]보다 이 영화는 영상미, 메시지의 단순성, 감동 요소 측면에서 더 앞서는 것 같다.
 
먼저 영화는 비주얼의 화려함과 독특함으로 압도한다. SF 애니메이션이라면 대단히 기술적이고 차가운 그림체가 나오기 쉬운데, ‘야생에 떨어진 로봇’이라는 설정에 맞게 아름다운 자연과 동물들의 모습을 그려내기 위해 2D와 3D를 혼합하여 복고적인 느낌을 전해준다. 물감 붓터치가 느껴지는 수채화같이 아련한 그림체도 느껴지는데, 감독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에서 받은 영향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가장 아름다운 장면을 꼽으라면 주인공 로즈가 나비떼에 휩싸이는 장면과 로즈가 질주하며 기러기떼와 함께 브라이트빌이 날아오르게 하는 장면 등이다.  
 

수채화 같이 아름다운 영화의 두 장면


영화의 소재와 스토리에 맞게 디지털과 아날로그 요소를 조화시켜 실사와 같이 아름다운 영상을 만들어낸 드림웍스의 전략과 감각은 아주 성공적이다.   

테크놀로지와 스토리도 뛰어넘는 ‘마음’의 힘

이 영화에는 어린 자녀가 보기에 부담스러운 스토리나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아동관람가 해외 애니메이션에 가끔 등장하는 폭력적 묘사나 성적 코드 등은 없고,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과 아이들이 좋아하는 다양한 동물들, 친근한 로봇 캐릭터가 등장한다. 
 
가족끼리 웃으며 눈물 흘리며 볼 수 있는 영화로 특히 아이를 키우는 엄마아빠들에게 호소력이 큰 영화일 것 같다. 
입력된 모든 임무를 완수하는 AI 로봇인 로즈에게도 육아는 학습되지 않은(프로그래밍 되지 않은) 일이다. 
어리고 약한 생명인 브라이트빌을 키우게 된 로봇 로즈의 좌충우돌과 브라이트빌의 반항, 그리고 둘의 슬픈 이별은 엄마아빠들의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하다. 
  

영화에 감동한 아들의 뒷모습

 
필자도 어린 아들을 키우는 입장에서 크게 감정이입이 되었다. 아들의 성장이 기쁘면서도 아들의 사춘기가 두려운, 나에게도 육아는 미지의 영역이며 도전이다. 
엄마 역할을 처음해 보는 로즈에게 아이 넷을 키우는 베테랑 엄마 핑크테일(주머니쥐)이 전하는 조언은 육아맘들의 현실과 닮아 흥미롭다.  
 

핑크테일 : …… 네가 바로 얘 엄마인 거지
로즈 : 그런 역할은 프로그래밍이 안 돼있어
핑크테일 : 모두가 그렇지……
먼저 헤엄치는 법과 나는 법을 가르쳐야 해

 
그리고 기러기 무리의 리더로서 브라이트빌을 살리기 위해 자신을 내던지는 늙은 기러기 롱넥의 지혜와 희생도 잔잔한 울림을 주는 부분이다.

희망은 있어. 날개가 힘을 못쓰게 되더라도 날개의 몫을 대신할 마음이 있다면(롱넥)

AI에 대한 따뜻한 시선? 혹은 동화적 비현실성?

이 영화는 자칫 테크놀로지 과잉으로 빠지거나 스토리에 매몰될 위험이 있음에도 ‘마음’에 집중한다. 
로즈의 심장은 고장났지만 기계인 로즈에게 감정을 일으키는 마음이 생겨난다. 
 
인간의 전유물인 감정을 체득하는 AI는 다른 영화에서도 많이 등장한 설정이긴 하다. 그러나 아이와 엄마가 느끼는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설정한 것은 매우 참신하고 파격적이다. 
 
많은 SF 영화들이 AI/로봇의 진화를 부정적으로 그려낸다. 버그에 걸려 통제불능이 되거나 인간을 공격하는 무기로 학습되는 로봇들은 AI가 가져올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상징한다. 
 
원작자인 피트 브라운은 “똑똑한 로봇이 야생에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라는 작가다운 상상을 했다고 한다. 
이 영화는 첨단기술(AI)과 자연을 결합시키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따뜻하고 평화로운 AI의 미래를 그려낸다는 점에서 일단 편안하다. 물론 아이를 사랑으로 키우는 로봇이라는 스토리는 동화적이긴 하지만 미래 AI 세상이 이렇게 평화로울 것 같지는 않다.
 
이 영화도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인간의 세상은 암울하다. 기후변화로 침수된 대도시의 모습과 이상 기온으로 인한 자연의 파괴, 멸균 처리된 공장에서 로봇이 길러내는 농작물의 모습, 동물(기러기)을 바이러스 정도로 인식하고 공격하는 로봇들의 모습은 비판적인 디스토피아적 시선이다.  
 

7살 아들이 그린 [와일드 로봇] 영화 장면

물론 이 부분이 큰 비중은 아니기에 혼란을 주지는 않고 영화 자체는 아름답고 평화롭다. 
오랜만에 만난 웰메이드 애니메이션인 [와일드 로봇]은 과하지 않게 감정적이고 미래에 대해 긍정적이면서도 비판적인 시선을 잘 갖추고 있는 인상적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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