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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 여름의 공포영화 추천 (1), 유아 넥스트(You're Next)

숑숑파 2024. 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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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에 공포영화 고르는 기준

올해 폭염은 대단하다. 여름에 공포영화를 추천하곤 하는데, 공포영화가 더위를 식히는데 꼭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지나친 공포감과 긴장은 열기를 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여름에 개인적으로 감상한 공포/스릴러 영화는 깔끔하고 덜 무섭고, 고구마 결말보다는 사이다 결말에 가까운 것들이다. 
혼자 밤에 불끄고 보아도 크게 부담되지 않고 집에서 맥주 홀짝이며 볼만하지만 작품성은 갖춘 영화들이다. 
비교적 최근의 수작들은 그것(It, 2017), 어스(Us, 2019), 유전(Hereditary, 2018), 오멘: 저주의 시작(The First Omen, 2024) 등이 있지만, 좀 오래된 영화를 뒤져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전형적인 슬래셔물의 구성, [유아 넥스트]  

유아넥스트 국내 개봉 포스터(출처: 네이버영화)

 

먼저 2011년 선보이고 국내에는 2014년 개봉했던 미국 영화 [유아 넥스트](You're Next, 2011)를 골랐다. 감독은 [고질라 X 콩](2021), [블레어 위치](2016) 등을 만든 애덤 윈가드(Adam Wingard)이다. 유명한 배우들은 나오지 않는다. 
 

애덤 윈가드 감독의 대표작, 블레어위치

 

영화는 외딴 주택에서 무미건조한 정사를 막 끝낸 남여가 잔혹하게 살해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거울에는 ‘You’re Next’라는 섬뜩한 빨간글씨가 쓰여져 있다. 공포영화의 클리셰 중 하나이다. 
 
전형적인 슬래셔물 느낌의 도입부가 끝나면, 노부부가 외딴 저택에 들어가는 장면이 나온다.
성공한 남편의 은퇴 후 전원주택이나 별장으로 쓰려는 것 같고, 부부의 결혼기념일 파티를 여기서 열려는 계획이다. 
독립한 자녀들과 각각의 배우자 및 애인들이 하나둘 모여들면서 영화의 공간적 세팅은 완료된다. 고립된 공간 안에서 한명씩 희생되어 가는 공포영화의 전형적인 구성이며, 추리소설적 전개도 흉내내고 있다(추리영화의 수작인 2019년작 [Knives Out]이 떠오르기도 한다)
 
모인 가족은 부모인 폴과 오드리, 장남인 드레이크와 부인 캘리, 주인공 남여인 크리스피언과 에린, 셋째 아들 필릭스와 지(Zee) 커플, 외동딸 에이미와 남자친구인 다큐 감독 5쌍이다. 
저녁 식사 중 드레이크와 크리스피언이 말다툼을 하면서 분위기가 나빠지는 와중에 다큐 감독이 갑자기 창가로 다가서다 머리에 화살을 맞고 죽는다. 아수라장의 시작이다.
화살은 괴한들이 석궁(기계식 자동발사 활)으로 발사한 것인데, ‘사냥’의 공포를 배가시키는 소재이다. 
 
영화는 가족들이 하나둘 잔인하게 죽어가는 장면을 묘사하며 전개되는데, 다소 어처구니 없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두 번째 희생자인 딸 에이미가 집밖의 차로 뛰어가는 장면에서 육상에 소질이 있다는 둥 설레발을 치다 트랩에 걸려 허무하게 죽는 장면에서 실소가 터져 나온다. 

여주인공의 사이다 활약이 돋보이는 킬링타임용 호러물     

영화의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여주인공 에린의 갑작스런 ‘사기캐’ 변신이다. 여리여리한 외모와 달리 테러가 자행되는 순간에도 침착하고 영리하게 대응하고, 엄청한 무공으로 괴한들을 때려잡는 여전사로 변신한다. 

샤니 빈슨이 연기한 극강 캐릭터 에린(출처 : 네이버영화)


주변의 기물들을 활용하고 괴한들의 목과 관절을 주로 노리는 전문가적 액션을 선보이는데, 편집증에 사로잡힌 아버지 덕에 어릴 때 생존기술을 습득하고 특수훈련 캠프를 수료했다는 배경만으로는 설득력이 약하다. 
아무튼 영화는 여기서부터 여주인공 에린이 상대를 잘못 고른 괴한들을 한놈씩 처리하는 통쾌한 퍼니셔(응징)물로 변한다. 
 
범인들은 부자 아버지의 유산을 독차지하려고 괴한들과 결탁한 가족들 중에 있다는 반전도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다만 필릭스 커플 외에 유약하고 범생으로 보이는 크리스피언도 범인 중 한명이었다는 것은 꽤 참신한 반전이다. 
물론 초반부에 구조요청을 핑계로 밖에 나가 모습이 나오지 않을 때 눈치채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영화는 우리의 여전사 에린이 정체가 드러난 필릭스와 일전을 벌이다 믹서기로 머리를 갈아 해치우는 장면과 애인 크리스피언마저 차갑게 저승으로 보내버리는 장면에서 절정에 다다르고 마무리 된다. 
 
[유아넥스트]는 뒷맛 찝찝한 오컬트물(심령 공포영화)이나 난해한 영화들과 달리, 긴강감과 공포감을 갖추고도 ‘사이다’ 복수를 통해 시원통쾌함을 선사하는 그런대로 볼만한 킬링타임용 공포영화이다. 물론 두 번 볼일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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