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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 Whiplash, 2014

숑숑파 2024. 5.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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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의 재즈 비트와 함께 조여오는 심리 스릴러

영화 위플래쉬 포스터, 출처 : 네이버 영화

[영화 개요]

감독 : 데미언 셔젤

출연 : 마일스 텔러, J.K. 시몬스

장르 : 드라마, 스릴러

개봉일 : 2015.03.12

상영시간 : 106

등급 : 15 관람가

국내 총관객수 : 159만명

 

편안한 음악 영화? 아니 심장 쫄깃해지는 웰메이드 스릴러

Whiplash, 채찍질? 저예산 공포 영화인가, 변태 성인물인가? 처음 제목을 접했을 때 영화의 내용과 스타일을 전혀 짐작할 수 없었다.

그러나 영화를 본 후에 이 제목은 직설적이고 적절한 네이밍으로 와닿는다(Whiplash는 영화에 연주 장면이 나오는 행크 레비(Hank Levy)가 작곡한 재즈곡의 제목이기도 하다).

영화는 재즈에 미친 학생(드러머)과 독선적인 폭군 교수의 갈등구조와 그들의 광기를 채찍질 하듯이 몰아붙인다. 손에서 피가 날 때까지 빠른 속도로 두드려대는 드럼 스틱과 교수의 괴팍한 독설은 그 자체로 채찍질이다.

 

음악영화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비교적 최근에 개봉한 영화들로는 [Begin Again[(2014), [Inside Llewyn Davis](2014), [Sing Street](2016), [A Star Is Born](2018) 등이 떠오르는데 당연히 영화의 스토리 구조와 스타일은 다르지만, 무명의 뮤지션이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해가며 음악에 대한 열정을 꽃피워간다는 큰 줄기는 유사했고 결말은 대부분 훈훈했던 것 같다.

여기에 로맨스와 코미디적 요소가 가미되어 자칫 음악만으로는 재미없을 스토리를 보완했다. 그러나 위플래쉬는 상당히 다른 스타일이다. 뮤지션의 열정과 음악적 성장을 다룬다는 점은 유사하나 주인공들 간의 갈등구조와 열정이 광기로 심화되는 과정이 부각된다는 점은 여타의 음악영화들과 차별화된다.

사실 이 영화는 음악이 소재일 뿐 인간 내면의 광기, 그리고 그 광기가 충돌할 때 빚어지는 극한의 갈등을 그려낸 잘 짜여진 스릴러 영화이다.

 

감독은 [La La Land](2016)로 크게 성공한 데미언 셔젤로 이 영화는 그의 장편 데뷔작이다. 단순하고 편안한 드라마로 흐를 수 있는 음악영화를 쫄깃한 스릴러로 승화시킨 감독의 역량이 돋보인다.

또 이 영화가 심상치 않은 스릴러적 구조를 가지고 공포영화 같은 분위기마저 풍기는 것과 관련하여 제작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제작사 중 하나인 블룸하우스 프로덕션(Blumhouse Productions)은 파라노말 액티비티 시리즈와 Get Out(2017)으로 대표되는 호러 영화 전문 제작사로서 이 작품의 스타일에 영향이 있어 보인다.

어쨌든 재즈라는 인기 없는 소재와 잘 알려지지 않은 신인급(앤드류 역을 맡은 마일스 텔러는 [탑건: 매버릭](2022)에서 루스터 역을 맡아 유명해졌다) 및 조연급 주인공(이 영화로 아카데미 조연상을 받은 J.K. 시몬스)을 내세운 영화에 긴박한 스릴러적 요소를 가미한 것은 매우 효과적이었다.

 

광인의 불꽃 튀는 심리 전투

영화의 스토리는 단순하고 비중 있는 등장인물도 적다. 그러나 점점 심해지는 주인공 앤드류와 플레처 교수의 불꽃 튀는 광기와 심리적 갈등만으로도 긴장감은 충분하다. 잠시 곁가지 이야기로 영화관 알바생 니콜(멜리사 베노이스트 분)과의 데이트와 이별이 그려지긴 하지만 중요치 않다.

 

한편 음악영화들은 스토리가 단순하더라도 라이브 무대를 보는듯한 생생한 음악을 통해 귀가 즐거운 혜택이 있다. 그런데 이 영화는 대중성이 다소 떨어지는 재즈가 소재이다. 재즈 마니아가 아니라면 음악 자체에 대한 관심과 매력은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이 영화에는 루즈하고 난해한 재즈곡이 아니라 흥겨운 브라스와 드럼 비트가 중심이 되는 빅밴드 재즈가 많이 나와 지루하지 않고 풍성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여기에 드러머인 주인공을 부각시키는 더블 타임 스윙(빠른 속도로 박자를 쪼개는 드럼 솔로 주법) 연주 장면이 자주 나와 드럼과 재즈의 매력을 충분히 어필한다.  

 

셰이퍼 음대 신입생인 앤드류(마일스 텔러)는 스쿨 밴드 보조 드러머이다. 찰리 파커와 같은 명 드러머를 꿈꾸고 재능도 있지만 천재과는 아니고 열심히 연습하는 노력파이다.

영화는 앤드류의 연습실 연주를 플레처 교수가 우연히 듣고 그를 자신의 밴드 합주에 부르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플레처 교수는 실력은 최고이지만 학생들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독설과 폭력마저 서슴지 않는 폭군으로 그려진다.

앤드류는 플레처 교수에게 발탁되어 밴드 정식 멤버가 된 것에 기뻐하지만 합주에 들어서자 교수는 앤드류를 모욕하고 폭력을 휘두른다.

사실 플레처의 이런 교습법은 너무 극단적이고 왜 그래야 하는지 동기가 잘 이해되지 않지만, 이런 소시오패스 같은 인물이 있어야 영화가 되는 법이긴 하다.

 

플레처는 앤드류를 칭찬하고 메인 드러머로 지정하는 등 잘 대해주다가도 끊임없이 다른 학생과 경쟁시키고 연주에 트집을 잡는 등 ‘들었다 놨다’ 하며 그를 좌절시킨다.

앤드류는 학생 밴드 경연대회에 메인 드러머로 참가하게 되지만 공연장에 오는 도중 스틱을 잃어버리고 교통사고로 부상당한 채 연주를 망치는 등 계속되는 불운을 겪게 된다.

플레처가 연주를 망친 앤드류에게 폭언을 퍼붓고 밴드에서 내쫓아버리자 격분한 앤드류는 교수에게 욕을 하며 때려눕히는 등 둘의 사이는 최악으로 치닫게 된다.

이 행동으로 앤드류는 제적을 당하고 플레처 교수 역시 학생들에 대한 가혹행위가 발각되어 해임되면서 둘의 대결은 소강상태로 접어든다.

 

영화 위플래쉬 스틸컷, 출처 : 네이버 영화

해피엔딩도 비극적 파국도 아닌 숨막히는 엔딩씬

재즈의 꿈을 접고 아르바이트나 하며 지내던 앤드류는 우연히 재즈바에서 연주하는 플레처 교수를 만나게 되고 플레처는 자신의 카네기홀 공연에 드러머로 참가해 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플레처는 자신이 해임된 것이 앤드류의 증언 때문이라 생각하여 앤드류가 큰 무대에서 연주를 망치고 망신을 당하게 하려는 복수를 의도한 것이었다.

플레처는 앤드류가 모르는 곡을 악보도 주지 않고 연주하게 하여 망신을 주는 데 성공하지만 집에 가던 앤드류는 갑자기 무대에 다시 올라 교수의 지휘도 무시하고 다음 곡인 "Caravan"을 연주하기 시작한다.

여기서부터 앤드류의 광기와 분노에 찬 연주가 폭발하는 영화의 클라이맥스가 펼쳐진다. 앤드루는 미친 사람처럼 손엔 피가 날 정도로 솔로 연주를 이어갔고 플레처도 결국 앤드류가 어떤 경지에 이르렀음을 인정하는 듯한 눈빛을 보이고 합주를 마무리하며 영화는 끝이 난다.

 

영화의 결말은 무엇을 말하는 걸까? 재능과 노력을 겸비한 젊은 뮤지션이 폭군 스승의 악랄한 지도에 의해 예술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는 것인지, 예술적 경지는 경험하지만 인간성이 피폐해지고 오히려 그도 또 다른 광기에 사로잡히게 된다는 예술의 어두운 이면을 그려내는 것인지, 두 가지 해석 모두 가능하다.

늘 그렇듯 결말은 열려있으며 해석은 자유롭다. 교훈과 메시지가 분명한 영화는 심심하다. 복잡한 인간 내면과 잠재된 광기, 변화무쌍한 관계를 재즈처럼 자유롭게 풀어낸 위플래쉬는 인생영화 중 하나로 손꼽을 만한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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