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 A Monster Calls, 2017
고통과 상처 가득한 인생과 성장에 대한 아프지만 아름다운 판타지
[영화 개요]
l 감독 :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스페인)
l 출연 : 루이스 맥두걸, 시고니 위버, 펄리시티 존스, 리암 니슨(음성) 등
l 장르 : 드라마, 판타지
l 개봉일 : 2017.9.14
l 상영시간 : 108분
l 등급 : 12세 관람가
l 총관객수 : 89,560명
무거운 질문을 던지는 성장영화
어린 시절 꿈에 나오던 거대한 괴물은 무섭고 잊고 싶은 존재들이다. 그런데 그 몬스터가 중후한(실은 나직하기 보다는 굵직하고 위압적인) 목소리로 나의 얘기를 들어주고 상처를 어루만져 주는 큰 나무라면 어떨까? 거대한 공룡이 아닌 식물이라는 점이 반전이고 독특하다.
몬스터 콜은 성장 영화 특유의 감동과 교훈도 있지만 어린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가슴 한 켠이 아려오는 영화이다. 그리고 선악이 분명하거나 단순한 스토리가 아니라 인생과 성장에 대한 꽤 무거운 질문을 던지는 영화이다.
나무 몬스터의 불친절한 치유
불치병을 앓고 있는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는 소년인 코너는 학교에서는 폭력에 시달리고 엄마 병간호까지 해야 하는 고통을 안고 살아간다. 엄마의 병세가 악화되자 할머니와 함께 살게 되지만 엄한 할머니를 좋아하지 않아 갈등을 겪는다.
할머니 역으로 분한 시고니 위버는 차갑고 엄격하면서도 강인한 마음을 지닌 캐릭터에 잘 맞고 그녀의 연기폭을 인정하게 만든다. 어쨌든 이런 설정은 별로 흥미롭지 않고 소년이 이런저런 역경을 어떠한 계기와 자각으로 극복해 갈 거라는 성장 영화 특유의 스토리가 예상된다. 그런데 그 계기와 방법이 꿈과 판타지이다.
코너는 매일 밤 자정이 막 지난 시간 거대한 나무괴물이 나오는 꿈을 꾼다. 나무괴물이 자신을 낭떠러지로 밀어붙이고 땅이 갈라지며,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엄마의 손을 겨우 잡는 그런 끔찍한 꿈을…… 이 꿈과 나무괴물은 결국 코너의 고통을 치유하는 과정이다.
그러나 나무괴물의 치료는 자상하지 않다. 리암 니슨이 목소리를 연기한 나무 괴물은 마르고 거친 나무가지가 불로 된 온몸을 휘두르고 있는 무서운 모습이다. 리암 니슨의 중후한 저음은 소년을 압도한다.
나무 괴물이 들려주는 세가지 이야기도 아름답지도 않고 이해하기 쉽지도 않다.
사악한 왕비에게 핍박을 당하다가 왕비에게 누명을 씌워 몰아내고 왕좌에 앉아 선정을 펼쳤다는 살인자 왕자의 이야기, 믿음이 없어 괴팍한 약제사의 말을 듣지 않고 결국 두 딸을 병으로 잃게 되는 목사의 이야기, 존재감이 없어 사람들에게 투명인간 취급을 당하다 괴물을 불러들여 복수하는 사람의 이야기는 잔혹 동화 수준이다.
이 영화에서 세 이야기의 의도와 메시지는 중요하지 않다. 사람은 선과 악의 잣대로 구분할 수 없는 복잡한 존재이며, 선하고 바른 사람이지만 자신만을 믿는 이기적인 사람의 어리석음을 말한다.
그러나 나무괴물은 이야기들을 통해 코너에게 인간의 복잡함과 이중성을 깨닫게 해주려는 게 아니라 코너 자신의 마음에 들어있는 거짓을 캐내려 한 것이다.
코너는 자신을 힘들게 하는 엄마가 차라리 죽기를 바라는 속마음을 결국 밝히고 만다. 이 부분이 코너의 성장이자 영화의 반전 포인트이다. 결국 이 고백을 통해 코너는 엄마에 대한 진정한 사랑을 확인하고 이별의 준비를 할 수 있게 되고, 갈등을 빚었던 할머니와의 화해의 접점도 찾게 된다.
인생은 고통의 가지로 휘감긴 나무의 모습인가, 아름다운 숲의 모습인가
인생은 고통의 가지로 휘감긴 거대한 괴물의 모습인 건 아닌지. 그 복잡하게 휘고 엉켜있는 거친 가지들이 우리 모두의 거짓됨, 상처, 불안, 분노가 마구잡이로 자라난 흔적은 아닌지.
우리는 늘 사랑과 희생과 타협을 말하지만 그 뿌리에는 그런 것들과 상반되는 쓰디쓴 양분이 들어차 있는 것은 아닌지. 영화는 고해성사와도 같은 불편한 진실을 말하며, 감상자들은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며 부끄러움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역경을 이겨내는 아름답고 훈훈한 성장을 말하지 않는 이 영화는 다르며 매력적이다.
영화에는 성장한 코너의 모습을 보여주거나 추억팔이를 하지 않아 좋다(10년 후 이런 상투적인 장면이 나오지 않는다). 앞 부분에 어린 아이의 부모에게 특별히 와닿을 거란 말을 했는데, 7살 늦둥이 아들을 키우는 필자에게 코너와 엄마의 모습은 어쩔 수 없이 눈물겹다.
이 불안하고 힘겨운 세상을 살아갈 아들에게 든든한 나무가 되어야 할 아빠의 의무가 있지만, 그 나무도 쓴 뿌리가 있고 아들이 키워나갈 나뭇가지들도 늘 곧고 아름답지만은 않다라는 것을 언젠가 아들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나무는 아름답고 숲은 그 상처들을 가려줄 것이다.
c'est la vie, 그것이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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